아트선재센터 '오작동사회'에 일으킨 경쾌한 반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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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선재센터(관장 김선정)는 한국에서 근 20년간 시대를 앞서가는 국제적 감각을 가지고 실험미술을 줄기차게 시도해온 미술관이다. 바로 이곳 1층·2층·3층 전관에서 세계적인 웹 아티스트(web artist) 그룹인 '장영혜중공업'의 개인전이 3월 12일까지 열린다.

 

아트선제센터 전면에는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_무엇을 감추나?", 후면에는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라는 '배너'가 붙어있다. 여길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런 배너를 보면 당황해한다. 재벌이나 한국정치를 비난하는 '점거농성장'인가 싶을 것이다. 장혜영중공업의 '텍스트 아트'에 담긴 구호는 이렇듯 섬뜩하다. 하지만 재기발랄하다.

 

한국사회를 향해 쏘는 세 발의 화살

 

이번 제목이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인데 흥미롭다. 여기에 '자습서'란 한국사회를 '교과서'로 비유할 때 이번 전시는 이를 쉽게 해설해 주는 자습서란 뜻이리라. 그런데 이 자습서는 책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아젠다를 향해 쏘는 화살 같은 것이다.

 

"예술은 하나의 도전이다"가 장영혜중공업의 모토이다. 이처럼 이들은 우리시대의 사회악을 해결하는 사람은 아니나 이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자처한다. 그러면 이들이 보는 한국사회의 세 가지 과제는 뭔가? 첫째는 국수적이고 '독단'적인 한국교육이고, 둘째는 재벌위조의 '독점'적인 한국경제이고, 셋째는 권위적이고 '독재'적인 한국정치이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개인전은 한국사회에 담긴 자본과 정치의 단면을 관통한다"고 설명한다. 장영혜중공업은 한국사회를 뒤틀리게 하고 오작동 시키는 문제에 대해 반어와 조롱과 역설의 문구로 익살스럽게 까발린다.

 

이런 문구는 아트선재센터 홈(www.artsonje.org)에 들어가면 리드미컬한 사운드와 함께 볼 수 있다. 예컨대 "다중작업을 하라", "문제점을 묵살하라", "귓전으로 들어라", "상식을 무시하라", "실수를 인정하지 마라", "미치광이 짓을 하라"와 같은 문구다. 이런 생뚱맞고 정신 사나운 문구가 오히려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는 게 일부 관객의 반응이다.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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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작가가 누구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더 자세히 알아보자.

 

장혜영중공업은 1999년에 한국인 '장영혜'와 미국인 '막 보주(Marc Voge)' 커플로 구성된 아트그룹이다. 장영혜는 '경영(CEO)'을 맡고, 보주는 '정보(CIO)'를 맡는다. 이름에 중공업이 들어간 건 대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 로봇, 플랜트, 엔진, 선박 등을 만들 듯, 인터넷시대에 장영혜중공업에서는 뉴미디어 방식의 웹 아트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이들 작품은 직접 만든 '사운드'와 오랜 숙고 끝에 나온 '텍스트'와 빠르게 변하는 '이미지'로 구성돼 있다. 마치 '전자서예전'을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것 같다. 화면에는 영어와 한글만 아니라 작가의 홈(www.yhchang.com)에 들어가면 26개국 번역본도 볼 수 있다.

 

이 그룹의 특징 중 하나는 주제에서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2010년 '갤러리현대' 전시 때는 랭보와 베를렌의 '동성애'를 다뤄 성의 터부도 깼다. 또 한국사회에서 터부시하는 삼성을 20년 전부터 주제로 삼아왔다. 이들은 예술가답게 아무리 명성이 높다 해도 그 이면의 가려진 가면을 벗겨내 이를 그들의 작품 속에서 공격의 타깃으로 삼는다.

 

장혜영중공업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인 파리의 '퐁피두센터'와 런던의 '테이트미술관' 그리고 뉴욕의 '휘트니미술관'과 '뉴 뮤지엄' 등에 작품이 소개되었다. 2000년과 2001년에 '아트계의 오스카상'이라고 하는 '웨비 상(Webby Awards)'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2년 록펠러 재단 벨라지오 센터의 '창작아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불행한 가족은 모두 엇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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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1층부터 2층 그리고 3층 차례로 작품을 감상해 보자.

 

1층에 들어서면 '불행한 가족은 모두 엇비슷하다'라는 큰 글귀가 보인다. 이 제목은 김 관장과 작가와 인터뷰에서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나 불행한 가정은 나름 다른 불행한 이유가 있다"에서 온 거라고 밝혔다. 또 이 주제가 왜 나왔냐고 묻자 "가정이 한국인의 삶의 기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이 작품은 한 가족이 간만에 모여 식사를 하다가 의견차로 충돌하는 내용이다. 사업은 안하고 취직만 하려는 조카에게 "삼촌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형의 얼굴을 찌른다"와 같은 욕설과 "여자가 어디서"와 같은 성차별 발언에다 또 "간섭하지 마!" 같은 어른에게 반항하는 반말까지 튀어나온다.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가족이야기가 아닌가.

 

이런 원인은 어디서 오나? 2015년 1월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광복70년 삶의 질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규모는 그동안 1000배로 커졌지만 40년 만에 이혼율은 8배, 자살률 3-4배가 증가하면서 가족공동체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돈 문제와 재산 등으로 가족 간 다툼은 심화되고 심지어 살해까지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삼촌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형의 얼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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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의 이런 배경에는 "학력차에 의한 임금차가 너무 크다"는 게 한 원인일 것이다. 그러니 학력사회가 더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80년대 신자유주의의 등장하면서 경쟁교육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제는 초등학생까지도 공부 때문에 자살을 한다. 학교가 진정 학생들의 개성과 행복을 찾아주지 못하고, 입시보험회사처럼 전락해버린 면이 있다.

 

학교만 그런 게 아니라 가정도 그렇다. 자녀교육을 비즈니스처럼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도 있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많은 돈을 번다는 식이다. 아이들은 또래친구와 놀이를 통해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관계성을 배우는데 과외 등으로 그걸 경험할 시간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경쟁교육 속에서 살아난 우리사회의 지도층은 대체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이 없다. '공부만 잘 하는 바보'라고 할까. 1층 주제가 이렇게 정도를 가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한국의 가정과 교육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게 2-3층 주제인 한국의 경제와 정치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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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니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이 소설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출장 영업사원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월급쟁이였다. 천식을 앓은 어머니, 사업이 실패한 아버지, 17살의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 그렇게 고단한 직장이었지만 돈을 벌 수 있기에 가정에서 큰 기대주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갑충이 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이 소설은 20세기 초 유럽이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며 그 어는 때보다 물질의 가치가 상승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만큼 사회의 공동체성과 가정의 유대감이 약화됨을 내포한다.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소설 속에서 '그레고르'는 출근 걱정을 하는 장면을 나온다. 클릭 한 번으로 해고당할 수 있는 오늘날 우리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하여간 이렇게 촉망받던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후 그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뒤바뀐다. 집안에서 생계가 막막해져 세를 놓으려고 할 때, 그는 손님을 받는 데 훼방꾼이 될 뿐이다. 그를 끝까지 지켜 주리라 믿었던 어머니도 여동생 '그레테'도 그런 상황에서는 그를 외면한다. 그는 동생이 음대에 너무 가고 싶어 해 사실은 학비를 마련 중이었건만.

 

100년 전 이 소설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비춰보는 거울 같다. 이 책이 20세기 최고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그 이유는 화폐의 위력 앞에 가족공동체도 맥없이 무너지고 개인이 소외되고 폐기처분되는 장면을 예리한 문체로 생생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리라.

 

"아휴 삼성 없는 삶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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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올라가면 "삼성백화점에서 쇼핑하면 된다", "아휴 삼성 없는 삶은 외롭다", "부모님은 당신에게 삼성음식을 먹인다" 같은 문구가 화면으로 뜬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실감이 갈 정도 삼성과 관련된 우리의 이야기다. 작가는 기질 상 이런 신화화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은유나 상징이 아닌 직공법으로 이런 점에 대해 공격의 화살을 날린다.

 

아트센터 뒷면 배너에 걸린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를 일반인은 "삼성도 망한다"라는 메시지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작가생각은 다르다. 김 관장과 인터뷰에서 "혹시 삼성의 항의는 없었나?"라고 묻자, "아기요람에서 무덤까지 삼성이 우리 손을 잡아준다고 소개하는 작업이기에 삼성은 오히려 우리를 뿌듯하게 느껴야한다"고 답한다.

 

또 작가는 이 배너작품에 대해 "한국아줌마들은 삼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성적 오르가슴을 느낀다"라는 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삼성의 뜻은 쾌락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의 후속 작이란다. 여기에서 작가의 삼성에 대한 애증이 엿보인다. 하긴 아이러니하게도 장영혜중공업은 2004년 2달간 삼성 로댕미술관에서 삼성프로젝트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FOR DINNER YOU CHOOSE ANOTHER SAMSUNG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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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초기 삼성프로젝트 작품 '죄송합니다'에 대해 1999년 김홍희 미술평론가가 쓴 글 "삼성은 남근과 같은 최대의 욕망의 기표이자 소외의 표상인 것이다. 무의식과 욕망이 언어의 효과로 강조하려는 듯 장영혜중공업은 삼성이라는 욕망을 텍스트와 파편적 이미지의 알레고리를 표출한 것이다"를 다시 읽어보니 예리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우리가 삼성이라는 기업제품과 친밀해진 것은, 90년대 국민소득이 2만 달러 대가 되고 2천년대 부동산경기가 폭등하면서부터다. 또한 우리가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와 같은 <소비중독사회>나 '장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소비가 기호이고 존재이유이고 계급상승의 상징코드가 되는 <대중소비사회>에 접어들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들은 그 직무수행에 실패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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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3층에 전시된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_무엇을 감추나?'를 보자.

 

위 문구와 비슷한 "머리를 물들이는 정치인 그건 부정적해 설득력도 부족해! 그리고 우리를 설득하는 건 그들의 임무야 그들은 그 직무수행에 실패하고 있어!" 등 정치인의 거짓과 위선을 폭로하는 문구가 난발한다. 그 이유는 과연 뭘까? 그건 아마도 우리가 반세기동안 정치에 속고 또 속고 또 속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흔히 "죽 쒀서 개 준다"라는 속담에 비유된다. 그래선 가 장영혜중공업은 이런 텍스트아트를 통해 이제는 우리도 정치적 감각을 키워 위선의 정치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보다. 여기서 60년대부터 촛불시위까지 한국정치사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가 쓴 기고문이 생각나 여기에 옮겨본다.

 

"1960년 4월 26일 한국에서 이승만대통령이 학생과 시민들 요구에 밀려 사임했다. 그때 시위자들은 환호했으나 정세에 어두웠다. 그들은 이승만 이후 권력공백기를 틈타 누군가 권력찬탈을 노린다는 걸 몰랐다. 장면 정부는 또한 비전을 제시 못했다. 박정희라는 영리한 젊은 장군이 군대 내 불만세력을 규합해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 후 거의 20년 간 한국의 민주주의는 질식당했다. 1980년 '서울의 봄'이 왔으나 3김의 정치적 분열로 결국 전두환 장군의 야만적 통치로 귀결됐다. 1987년에도 3김은 분열했고, 결국 노태우 장군이 집권했다. 이를 보면 시민의 희생적인 민주화투쟁이 정치인의 분열과 정치적 기회주의자의 득세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은 그 후로도 꾸준히 발전했다. 하지만 과거처럼 실행착오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순진한 생각이다. 박근혜를 몰아내는 것이 결코 최후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정경유착의 해체를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 '촛불을 든 한국 젊은이들에게' 중에서"

 

"정치 공작을 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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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라이쉬 교수 말대로 우리는 세 번이나 민주주의를 성취할 기회를 놓쳤다. 첫 번째는 1960년 이승만 하야 후 박정희 쿠데타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1980년 전후 광주를 무력 진압한 전두환의 등장 때문이었고, 세 번째는 87항쟁 후 야권분열 때문이었다. 이번 촛불혁명만큼은 실패할 수 없다며 촛불시민들은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적폐는 근원적으로 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데서 온다. 장영혜중공업은 정치가는 아니지만 '교육의 민주화, 경제의 민주화, 정치의 민주화'라는 세 가지 화두를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이런 메시지는 쉬워 보이나 반어적이라 또한 어렵기도 하다. 이런 알쏭달쏭한 수사법이 관객에게는 묘한 매력을 주어 그들의 마음을 더 사로잡는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말은 역시 '백남준의 '사기론'이다. 백남준은 1984년 6월, 35년 만에 귀국해 "예술이란 원래 반이 사기다. 속이고 속는 거다. 사기 중에서도 고등사기다"라는 선언했다. 이 말 속에는 정치가 하도 저급하게 사기를 치니까 예술은 고품격 사기여야 한다며 당시 전두환 군사정부를 은근히 비꼬았는데 장영혜중공업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이 전시를 1년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한다. 작가라 시대징조를 예감하는 선견지명의 있나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지금 우리사회에서 공분을 사는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나 재벌뇌물사건 등과 너무도 딱 맞아떨어지는 테마라 화들짝 놀란다.

 

[미술인이 펼친 연극, '길 위에서 카페(On the Road Cafe)']

2017년 1월 20일 오후 7시에 아트선재센터 지하1층 강당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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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와 함께 지난 1월 20일 오후 7시에 아트선재센터 지하1층 강당에서 '길 위에서 카페(On the Road Cafe)'라는 실험극이 올려졌다. 정연두 설치미술가가 대본을 쓰고, 연극을 처음 해보는 13명의 미술인이 배우와 스텝 역할을 했다. 여기 참여한 작가는 고현지, 김가영, 김경홍, 김은지, 김지유, 김현구, 박계현, 박현선, 백철훈, 신단비, 임채승, 조성옥, 조유경이다. 공연 중 웃음 터져 나왔으니 반은 성공이다. 이런 미술적 연극을 처음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대란 사실 평소에 하지 못한 말을 다 풀어놓는 시공간이 아닌가. 이 연극은 성장 통을 겪는 세 명의 청소년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래선 가 본관 1층에서 열리고 있는 '불행한 가족은 모두 엇비슷하다'의 주제와도 맞닿아있다. 이 작품은 잘 짜인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어 이걸 연극으로 번역하는데 수월했으리라. 여기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가정의 속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고해성사 같다. 공부에 대한 부모와 자녀 간 견해차가 세대차만큼이나 크다는 걸 재확인할 수 있다.

 

이 연극에서 관중은 오브제가 내는 낯선 '사운드'도 들을 수 있었고, 엉뚱한 대사 속에 담긴 '소통'의 가능성도 만날 수 있었고,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화폭에 뿜어낸 숭고한 색채를 실험도구 '비커'에 담는 '퍼포먼스'도 볼 수 있었다. 이런 세 가지 요소가 나름 잘 뒤섞인 이번 연극은 웹 아트 성격까지 가미되면서 본 전시와도 잘 어울렸다. 이번 연극에 참여한 13명의 미술인이 담고자 한 고민이 그 치열한 노력 속에 나름 성과를 냈다. 결론으로 본 전시의 개념미술과도 딱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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